[Haikyuu!!]

[오이이와]폭염주의보

Pialle 2016. 12. 1. 23:27

*



“더워, 덥다. 정말 덥다. 더워도 너무 더워서 쓰러지겠어~.”


-덥다는 소리 좀 그만해. 듣는 나까지 더워지잖아.

 

“그렇지만 더운걸! 이런 날엔 에어컨 키고 누워 있어야 하는데.”


투덜거리며 다다미 위를 데굴 굴렀다. 에어컨 냉매가 망가졌다고 했던가. 에어컨을 틀었을 때 나온 뜨뜻미지근한 바람에 화들짝 놀란 게 어제의 일이었다. 연락해보았지만, 수리 기사들이 모두 예약이 가득 잡혀 주말이 지나고 나서야 들를 수 있다는 대답 밖에 듣지 못했다. 덕분에, 어제 저녁부터 견디지 못하고 샤워만 네 번을 하고야 말 정도였다. 밤에도 세 번이나 깼다. 이와쨩의 한숨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부터 들려왔다.

 

-그렇게 더우면 이쪽으로 오던지.

 

“생각해주는 거야? 고마운 걸.”


-그럼 덥다고 난리치는 걸 어떡하라고. 오기 싫으면 말아.

 

“으-음, 이와쨩도 허락해줬겠다. 가볼까나.”

 

…라고 쉽게 생각할 일이 전혀 아니었다. 적어도 오늘은. 35℃를 넘나드는 최고 온도, 습도도 높은, 말 그대로 푹푹 찌는 날씨다. 이와쨩 집에 가는 게 이렇게 힘든 적이 있었던가. 혼미해진 정신을 가까스로 잡으며 벨을 눌렀다.

 

-누구, 미친.

 

“왜 그래, 이와쨩?”


-너 꼴이 왜 그래, 아니 일단 들어와.

 

그렇게 상태가 안 좋았던가. 아무튼 열린 문을 밀어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쪽의 한기에 몸이 떨렸다.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후우아.”

 

“갑자기 그렇게 몸 차갑게 하면 감기 걸린다.”

 

머리에 툭, 수건이 얹어졌다. 어깨에도 보드라운 담요가 걸쳐졌다. 이와쨩을 덮을 수도 있을 만큼 커다란 담요가 바닥에 닿았다.

 

“엩.”

 

“엩, 이 아니라 잘 챙겨. 너 떨고 있어.”

 

수건으로 오는 중 흘렀던 땀을 닦았다. 잠깐 사이 차게 식은땀에 몸이 시렸다.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하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은데.”

 

“거울이나 보고 말하지 그러냐. 멍청이가.”

 

“오이카와 씨는 거울 확인 안 해도 항상 잘 생겼거든요.”

 

“헛소리 말고 이불 속에나 들어가.”

 

무슨 이런 날씨에 선풍기만으로 버틸 생각을 했냐. 너 완전 녹아내려서 놀랐어. 이와쨩의 타박이 계속 이어졌다. 이불 안으로 꾸물거리며 들어가 자리를 잡자, 갑작스레 이와쨩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와쨩?”

 

“열은 안 나냐?”

 

단단한 손이 이마에 올라오자 조금 상쾌한 느낌이 들었다. 시원해.

 

“내 손이 시원한 게 아니라 네 몸이 뜨거운 거야. 열나니까.”

 

“헉, 아깐 괜찮았는데.”

 

아까 통화하면서도 뜨겁다는 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와쨩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조금 뜨거운가? 하고 생각했을 뿐. 갑자기 초점이 흐릿해져서 눈을 벅벅 비볐다. 이와쨩이 한숨을 내쉬곤 물수건으로 눈을 닦아주었다. 이건 언제 한 거람?

 

“미안.”

 

“응? 이와쨩이 미안할 게 뭐 있어.”

 

“이런 날 혼자 더운 곳에 둬서.”

 

아프게나 하고.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으응, 괜찮아. 이 정도는 금방 나을 거고.”

 

게다가 이와쨩 잘못도 아닌 걸. 오이카와 씨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어. 그렇게 말했지만 이와쨩의 표정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으음, 정말 괜찮은데 말이야. 잠깐 고민하다가 번뜩 떠오른 생각마냥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와쨩 옆에 있을 테니까, 간호해줘.”

 

“그걸로 되는 거야?”

 

“응, 충분해.”

 

“좋아.”

 

뭔가 굳게 다짐이라도 한 모양인지 벌떡 일어나 부엌 쪽으로 간다. 뭐, 어떤 방식이건 네 곁이라면 나는 좋으니까.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

 

…라고 생각했는데.

 

“잠깐, 잠깐만 이와쨩!”

 

“왜, 이 약이 효과 좋댔어.”

 

“아니, 이건 의식 없는 사람이나 어린 애들한테나 하는 거라구! 오이카와 씨처럼 건장한 18세에게 사용하는 게 아니야!”


“해열제 종류는 이것 밖에 없어.”

 

“이와쨩 네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좌약은 아니지! 정말 그건 아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