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카이]SNS를 활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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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진정해, 아오코….”
“이걸 보고 진정할 수 있겠어? 열심인 사람을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뭐냐고!”
교실에서는 한창 두 사람이 엎치락뒤치락하던 중이었다. 정확히는 한 사람이 분노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걸 잡고 안절부절못하던 참이었지만.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 제 자리에 앉으려던 하쿠바 역시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진정하세요, 나카모리 씨. 무슨 일인가요?”
“아, 하쿠바 군. 다른 게 아니라 트위터에서 말이야,”
갑자기 트위터? 하쿠바가 그 말에 아오코의 손에 시선을 돌리자 그 손에 들린 휴대폰이 보였다. 화면은 이미 꺼져있었다. 케이코는 말을 이었다.
“흔히 있잖아, 어떤 사람인 척하는 봇(bot) 계정이. 그중에 괴도 키드도 있거든.”
“악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단정하듯 나온 말에 케이코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알고 있었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었다. 여러모로 필요한 면이 있어 자주 활용하지는 않지만 몇몇 SNS에 계정이 있었다.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쓰이는 글에서 자동으로 순위를 매긴다거나, 검색을 통해 최신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이용하고 있었다. 활동하는 것은 아니라, 초기의 대충 만들어진 계정을 그대로 쓰고 있었지만.
개중 조금 신경 쓰일 법한 부분은 케이코가 말한 정도일까.
그러던 중 그로서도 본의는 아니었지만 괴도 키드를 사칭하는 계정을 여럿 보았다. 키드가 도주한 흔적을 찾기 위해 했던 검색에서 ‘괴도 키드’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계정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키드와 연관도 없으면서 키드가 했던 말을 반복하거나 흉내 내는 어설픈 이들.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악취미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그는 검색의 효율성을 위해 그 계정들을 보일 때마다 차단했다.
“그야 트위터 계정이 있으니까요. 보이는 족족 블락하고 있지만요.”
“역시 그럼 모르는 쪽이네.”
“모른다니요?”
“내가, 이 아오코가 화내는 쪽은 괴도 키드 봇인 척해온 진짜 쪽이니까!”
교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진짜 괴도 키드라니, 그게 트위터와 무슨 관련이 있기에…, 하고 생각이 마무리 지어지기도 전에 떠오른 것에 하쿠바는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흐름이었다.
“트위터에서 진짜 괴도 키드가 활동하고 있다고만 말하지 말아 주세요.”
“바로 그거야!”
“그렇지만… 공식 계정 같은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 알아?”
“키드가 공식 등록 같은 걸 하는 게 더 웃기긴 하는데.”
옆에서 그들이 하는 양을 구경하던 다른 이가 웃으며 말했다. 하쿠바는 진심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고야 말았다.
“하쿠바 군, 잠깐 여기 좀 봐줄래? 진짜 키드일까?”
“글쎄요.”
케이코가 보여준 화면에서 하쿠바는 낯익은 뺀질뺀질한 어투를 읽을 수 있었다. 어투야 그럴 수 있겠지만, 키드가 보여준 행보를 한발 앞서 트윗하고 있는 상태를 봐선 확실하게 아니라고 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늘 키드가 나타나는 곳에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 키드라고 단정하기도 애매했다.
“사람들은 이걸 보고 더 진짜라고 믿는 것 같아.”
“어떤걸요?”
케이코가 화면을 슥슥 내려서 보여주었다. 그와 동시에 하쿠바가 기함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신경 줄이 어지간히 굵은 남자였다. 트위터에다 현장에 나타나기 직전까지 카운트를 세고 있었다니, 제정신일까? 보아하니 한 번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잠깐 사이 그는 ‘계정을 추적해보아야겠다.’에서 ‘손을 써두지 않았을 리 없겠지.’까지의 사고 과정을 가볍게 훑어냈다.
역시 나카모리 씨가 화낼 만했다. 하쿠바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오코는 더욱더 분개한 얼굴을 했다. 하쿠바는 첨언했다.
“아까와는 다른 대상이지만, 역시 악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카이토, 역시 카이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카이토라면 조금 전에 뒷문으로 빠져나갔는데.”
“카이토오-!”
안 보인다 했더니 난감한 상황일 줄 알고 이미 도망친 거였나. 나카모리 씨가 진정하려면 제법 시간이 걸리게 생겼다.
*
하쿠바는 고민에 빠져있었다. 벌써 거의 하루 가까이 이어진 고민이었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역시 하는 게 맞는 걸까. …하지만 역시 그렇게 하기엔 어쩐지 기분이 나쁘다. 고민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련님! 도착했습니다.”
“…아, 네. 일찍 도착했군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하쿠바는 늘 다른 학생들의 등교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교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내렸다. 교문 옆 돌담을 따라 걸으면서도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걸음을 멈췄다는 사실도 깨닫지 못한 채 화면을 바라보았다. 액정에는 키드의 마크가 동그랗게 들어간 프로필이 떠 있었다. 어차피 그는 제 계정을 모를 터였다. 초기 계정이니 딱히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고. 모른 척 팔로우를 누른다 해도 알려질 일 같은 건-.
“뭐하냐?”
“아.”
손가락을 가까이 대고 있던 터라 버튼을 눌러버렸다. 파랗게 물든 버튼을 알아차리기 전, 하쿠바는 곁에서 들려오는 재차 목소리에 기겁하며 화면을 껐다.
“뭐하냐니까… 엥. 방금, 팔로우한 거지?”
“뭐, 뭘?”
“오, 말까지 더듬고.”
그야 괴도 키-드의 계정 말이야. 음흉한 얼굴을 한 쿠로바가 다가오자 하쿠바는 질린 얼굴로 그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쿠로바는 굳이 멀어진 그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이미 다 봤는데.
“잘못 봤어.”
“마술사의 눈을 우습게 보는 거냐?”
“설령 맞다 해도 관련 없잖아?”
“흐흥, 이거 어째 평소랑 상황이 반대 같은 기분인데.”
그의 말이 맞았다. 하쿠바는 키드의 예고장이 날아오면 늘 쿠로바에게 운을 띄우곤 했으니까. 그럼 쿠로바는 하던 대로 아니라며 손을 휘젓다가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여하간 하쿠바는 추궁당하는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네 말마따나 큰 관련이야 없겠지만, 나도 나름 키드의 팬이거든. 좋은 거 알려줄 수도 있잖아?”
“필요 없어.”
“그래?”
쿠로바는 하쿠바가 했던 일들에 대하여 언젠가 앙갚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게 틀림없다. 그가 걸음을 빠르게 옮기자, 쿠로바 역시 속도를 높였다.
“따라오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우린 같은 학교고 심지어 같은 반이거든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하곤 있지만, 어쩐지 하쿠바는 그 밑의 표정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 엄청나게 즐기고 있어, 분명.
“트위터 같은 SNS까지 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하는 모습도 본 적 없고.”
“그야 그렇겠지. 실제로도 거의 쓰지 않으니까. 얼마 전에는 너랑 나카모리 씨를 쫓을 때 쓰긴 했지만.”
“나랑… 뭐? 네가 날 쫓을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
“어련하시겠어.”
“그래서 진짜 팔로우는 안 했다 이거지?”
능청스럽게 웃으며 쿠로바가 물었다. 하쿠바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했다는 거로 알아서 결론 낸 거 아니었어?”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
“마음대로 생각해.”
어차피 그의 눈에 띈 시점에서, 아니 그가 알아차렸다는 것을 쿠로바가 알 수밖에 없는 상황에 그가 그 계정을 이전처럼 자연스레 키드의 행각을 기록하는 데에 쓸 리가 없었다. 그럴 수도 없고. 하쿠바는 그 점을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한심한 일이었다.
하쿠바는 불현듯 그를 불렀다.
“쿠로바 군.”
“왜?”
“그 계정, 대체 왜 하고 있던 겁니까?”
“갑자기 분위기 잡더니 묻는 게 그거야? 내가 키드 생각을 어떻게 알겠어.”
“그럼 쿠로바 군이 키드라면, 왜 그랬다고 생각합니까?”
“그게 그거잖아? 난 아무 생각 없는데요.”
그럼 나 먼저 간다.
까닭 없이 그런 행동을 할 만큼 단순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은 이였다. 쿠로바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를 지나쳐 간 뒤 하쿠바는 키드의 계정을 쭉 내려가며 읽었다. 키드의 팬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그의 트윗 아래로 가득 말을 거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에 답하는 일은 없었다. 정말 키드의 활동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계정. 너무도 정직해서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냥 키드 활동의 일환인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문득 시선이 느껴졌다. 하쿠바는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이쪽을 돌아보고 있었다. 하쿠바는 소리 없는 입 모양을 따라 읽었다. 뭐 해, 안 오고.
먼저 간다고 했으면서. 하쿠바는 실없이 웃었다. 겍, 쿠로바가 이상한 소리와 표정으로 외쳤다.
“뭐야, 그 웃음! 기분 나빠.”
“아니,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아서.”
“좋지 않은데요.”
“뭐가 아무래도 좋은지는 궁금하지 않아?”
“안 궁금한데요.”
쿠로바가 투덜거리며 고개를 젓더니 휘적휘적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하쿠바는 그 옆에 나란히 서서 걸었다. 언젠가 알게 되겠지. 설령 알지 못하더라도 그것도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 거다. 그리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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