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카이]절화행
[하쿠카이]절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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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드에게 도전장이 날아왔다. 도전장에 적혀있는 보석은 대양의 딸이라 불리는 푸르스름한 거대 진주. 판도라일 가능성이 있는 빅쥬얼들과 달리 진주는 내 목표가 아니었지만 걸려온 도전은 받아주어야 했기에 예고장을 보냈다.
“흐응, 대양의 딸이라더니 아름답기는 하네.”
달에 비춰볼 이유도 없기에 적당히 감상만 하고 돌려줘볼까, 하던 차였다. 유리창 안쪽으로 하쿠바가 급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장난스레 창을 두드려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빙글 눈을 접어 웃었다.
“여, 탐정 군. 오늘도 고생이 많네.”
“거기서 뭘 하는 겁니까?”
뭘하긴. 장갑 낀 손으로 진주를 스윽 들어 그에게 잘 보이게 했다. 뒤늦게 진주를 발견한 하쿠바가 질린 얼굴을 했다.
“보석과 나, 어느 쪽이 더 예쁘다 생각해?”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뭐 어때. 보통 이런 건 꽃으로 하겠지만…, 우리 사이엔 꽃보다 보석이 더 자주 끼어있으니까. 하쿠바는 황망해하다가 피식 웃었다.
“보석이 더 예쁘군요.”
뭣.
“이럴 땐 연인의 마음을 생각해서라도 내가 예쁘다고 해야하는 거 아니야?”
“거짓을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농담이라도 기분 나쁘다. 입을 삐죽이곤 진주를 바닥에 도르륵 떨어뜨렸다. 울컥하는 마음에 한 번 콱 밟아버릴까 싶기도 했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정으로 멀쩡한 보석을 망치고 싶지는 않아 그만 두었다. 대신 하쿠바에게 웃으며 친절히 말해주었다.
“보석이 나보다 예쁘거든 오늘 밤은 진주와 함께 하시길.”
“잠깐…!”
잠깐 같은 소리하고 있네. 하쿠바는 창문을 넘어서 나올 기세였다. 그가 나오기를 기다려줄 생각 따윈 없었다. 연막탄을 던지고 잽싸게 박물관을 빠져나왔다. 오늘은 각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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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화행(꽃을 꺾다):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신부가 꺾어 들고 창 앞을 지나다가/빙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신랑이 짐짓 장난을 치느라/“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신부는 꽃이 더 예쁘다는 말에 토라져/꽃가지를 밟아 뭉개고는 말하길/“꽃이 저보다 예쁘거든/오늘 밤은 꽃하고 주무세요.”